쌓여 있는 CCTV 녹화본을 방범 말고 다른 데에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늘고 있습니다. 시간대별 혼잡도를 따져 보거나, 시설 안전 연구에 쓰거나, 사람과 차량을 구분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는 경우입니다. 이런 활용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가명정보 특례(제28조의2부터)와 연결됩니다.
다만 영상은 표나 명단과 달리 어디까지 가려야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 조문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2024년 2월 개정판에 이미지·영상 같은 비정형데이터 기준이 추가됨)을 바탕으로, 영상을 가명처리해 활용할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는 법적 지위가 다릅니다
흔히 모자이크 처리를 통틀어 비식별화라고 부르지만, 법은 결과물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구분 | 법의 정의 | 적용 범위 |
|---|---|---|
| 가명정보 |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한 정보(제2조 제1호 다목, 제1호의2) | 여전히 개인정보. 목적 제한, 안전조치, 기록 보관, 재식별 금지 등 의무가 따름 |
| 익명정보 | 시간·비용·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할 때 다른 정보를 사용해도 더 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 | 법을 적용하지 않음(제58조의2) |
영상에서 얼굴만 흐리게 한 정도로는 익명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원본을 함께 보관하고 있다면 원본이 곧 “추가 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가명정보로 보고 그에 맞는 의무를 지키는 쪽으로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목적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28조의2 제1항은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과학적 연구는 기술의 개발과 실증, 기초연구, 응용연구, 민간 투자 연구 등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말합니다(제2조 제8호). 인공지능 모델 개발이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구체적인 목적과 방법에 따라 판단됩니다.
가명정보를 다른 기관이나 업체에 제공할 때는 특정 개인을 알아보는 데 쓰일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같은 조 제2항). 예를 들어 처리한 영상과 함께 원본 파일명이나 촬영 위치·시각이 그대로 담긴 목록을 넘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분석용으로 바꾸는 것은 별개입니다
가명처리 특례는 이미 찍힌 영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분석에 쓰려고 카메라 방향을 바꾸거나 녹음 기능을 켜는 것은 설치 목적과 다른 조작이나 녹음을 금지한 제25조 제5항의 문제가 되므로, 설치·운영 기준은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영상은 무엇을 가려야 할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비정형데이터의 경우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요소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처리 목적과 환경, 민감도를 종합해 식별 위험을 판단하고 처리 방법과 수준을 정하라고 안내합니다. 눈·코·입을 알아볼 수 없는 거리와 각도에서 찍힌 영상이라도 머리 모양, 흉터, 문신 같은 특이한 신체적 특징 때문에 식별 위험이 남을 수 있다는 점도 짚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은 식별성, 특이정보, 재식별 시 영향도, 처리환경의 안전성 등을 점검하는 위험성 검토 체크리스트로 사전에 진단하도록 했습니다. 연구에 꼭 필요한 항목을 남겨야 한다면 나머지 정보의 처리 수준을 높이거나, 접근 권한 통제, 식별에 악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반입 제한, 보안서약서 징구 같은 통제를 함께 하라고 권고합니다.
처리 순서: 다섯 단계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단계는 사전준비, 위험성 검토, 가명처리, 적정성 검토, 안전한 관리입니다. 영상에 맞춰 풀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준비: 처리 목적을 문서로 정하고, 목적에 필요한 카메라·기간·장면만 골라냅니다.
- 위험성 검토: 얼굴, 번호판 외에 화면에 찍힌 상호, 명찰, 특이한 복장이나 신체 특징 등 식별 단서를 목록으로 만듭니다.
- 가명처리: 마스킹, 블러, 영역 삭제 등으로 처리합니다. 자동 처리 도구를 썼다면 인식률이나 오류율 같은 근거 자료를 남기고, 놓친 장면이 없는지 사람이 추가로 검수합니다.
- 적정성 검토: 처리 기술의 적절성과 추가 검수 결과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의 검토를 받도록 가이드라인은 권고합니다.
- 안전한 관리: 아래의 분리 보관, 기록, 파기 의무를 이행합니다.
목적에 따라 남길 정보와 지울 정보가 달라집니다
같은 매장 영상이라도 무엇을 알아내려 하느냐에 따라 처리 수준이 달라집니다. 아래는 판단 방식을 보여 주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 처리 수준은 위험성 검토 결과에 따라 정해야 합니다.
| 활용 목적 | 남겨야 하는 정보 | 지우거나 낮출 정보 |
|---|---|---|
| 시간대별 혼잡도 통계 | 사람 수, 위치, 시각 | 얼굴, 복장, 체형 등 개인 특징 전부. 집계값만 쓰면 영상 자체를 보관할 필요가 줄어듦 |
| 넘어짐 같은 사고 감지 연구 | 몸의 자세와 움직임 | 얼굴, 명찰, 문신 등 특이 표식. 배경 속 상호나 주소 표지 |
| 사람·차량 구분 모델 학습 | 사람과 차량의 윤곽 | 얼굴과 번호판은 컴퓨터도 식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처리, 화면에 표시된 촬영 위치와 시각 |
가이드라인은 비정형데이터 속 식별 요소를 완벽하게 찾아내는 기술이 아직 없고, 모자이크된 사진을 원본에 가깝게 되돌리는 복원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처리 후에도 관련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접근·사용을 통제하라고 안내합니다.
처리한 뒤에 지켜야 할 의무
제28조의4와 시행령 제29조의5는 가명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에게 다음 의무를 지웁니다.
-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추가 정보(원본 영상, 대응표 등)는 가명정보와 분리해 보관하고, 필요 없으면 파기
- 가명정보와 추가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분리. 소상공인처럼 담당자를 따로 둘 여력이 없으면 최소한의 권한만 주고 권한 현황을 기록
- 목적에 따라 처리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음
- 처리 목적, 가명처리한 항목, 이용 내역, 제3자 제공 시 제공받는 자, 처리 기간 등을 기록하고, 가명정보를 파기한 뒤에도 그 기록을 3년 이상 보관

다시 알아보려 하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가명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은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제28조의5 제1항).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제71조). 처리하다가 우연히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생겼다면 즉시 처리를 멈추고 지체 없이 회수·파기해야 하며, 이를 하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제28조의5 제2항, 제75조 제2항 제13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같은 항 제5호)와 처리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경우(제75조 제4항 제7호)에도 과태료가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가명정보에는 정보주체의 열람, 정정·삭제, 처리정지 요구 같은 권리 조항과 유출 통지 조항 일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제28조의7). 찍힌 사람이 직접 통제할 수단이 줄어드는 만큼 운영자가 지는 관리 책임은 더 무겁게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얼굴을 모두 모자이크하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익명정보가 되나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원본을 보관하고 있거나, 체형·복장·문신처럼 다른 단서가 남아 있거나, 촬영 장소와 시각을 알면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가명정보로 다루는 것이 안전합니다.
외부 업체에 가명처리나 모델 개발을 맡겨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업무 위탁에 관한 제26조의 절차를 따로 갖춰야 하고, 제공하는 자료에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야 합니다. 업체가 쓰는 처리 도구의 정확도 자료와 결과 검수 방식도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처리 방법이 법에 맞는지 미리 확인받을 방법이 있나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신기술·신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자와 함께 법 준수 방안을 마련하는 사전적정성 검토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가명처리 절차와 통제 방안도 이 제도로 검토를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마무리
CCTV 영상을 분석이나 학습에 쓰는 것은 막혀 있는 일이 아니지만, 목적을 먼저 정하고, 영상 특유의 식별 단서까지 가리고, 원본과 처리본을 떼어 관리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세부 기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누리집의 최신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분석용 데이터를 만들기 전에 영상 속 얼굴과 번호판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 영상 비식별화 작업 안내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